작은 투자가 2020. 1. 31. 23:15

애니웨어는 대체로 런던과 같은 대도시에서 대학을 나왔으며 전문직에 종사하며 소득 수준이 높은 이들을 가리킨다. 저가가 애니웨어라고 이름 붙인 이유는 (anywhere) 머무를 수 있으며 변화를 반기는 그들의 속성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p09-

영국 등 선진국에는 '애니웨어(Anywhere)'와 '섬웨어(Somewhere)'로 불리는 두 가치 집단이 있다. 애니웨어는 교육 수준이 높고 이동성이 강하다. 자율과 개방을 지지하며 급격한 사회 변화에도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다. 소수 집단이지만 정치와 사회를 수십 년간 지배했다.

반면 섬웨어는 교육 수준이 낮고 뿌리 애착이 강하며 정서적으로 보수에 가깝다. 수십 년 동안 공론장에서 소외됐으나 최근 들어 정치를 흔드는 중심 세력이 되고 있고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과 같은 백래시(backlash)를 주도했다. -p12-

노동당은 대학생에겐 수업료 폐지를 공약하면서도 가난한 이에겐 복지 수당 동결을 내세운다. 보수당과 마찬가지로 노동당도 세대 간 형평성에 주목한다. 보수당은 부유한 노인에게 주는 보조금 삭감을, 노동당은 부유한 청년이 받는 보조금 증액을 말한다. -p014-

과거 세대가 한 성평등을 위한 전쟁을 오늘날에도 계속할 필요는 줄었다 -나의 두 딸은 적어도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두 아들에 견줘 전문 직종에서 성공하는 데 더 많은 장애물을 넘지 않아도 된다. 오늘날 사회는 평등하며 성 구분이 없는 삶-남성과 여성이 모든 업무를 똑같이 나누는 삶-이 충분히 가능하다. 또한 진정한 의미의 다원주의를 추구한다면 집에 머물며 양육 등 가사를 전담하려는 어머니(또는 아버지)도 지원해야 한다. -p23-

섬웨어의 삶을 불안정하게 한 핵심적인 사회변화는 대학 진학과 시험에 도움이 되는 인지 능력이 오늘날 사회적 존재로서의 자부심에 가장 중요한 원천이 된점이다.

불과 60년 전만 해도 다수는 인지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경험만 풍부하면 고숙련 일자리에 얼마든지 취업할 수 있었으며 어느 정도의 사회적 지위도 누릴 수 있었다. 또한 중간 숙련 일자리- 주로 제조업 일자리-에서 근무하면서 좀 더 높은 지위나 보수를 누리는 자리로 이동할 수 있었다.ㄱ 그러나 오늘날 일자리는 대부분 학사 학위를 요구하며 직업 훈련은 전혀 제공하지 않는다 -p24-

런던 중심인 기숙 대학의 확산 덕택에 인지 능력과 사회적 성취는 '떠난 자(Leaver)'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자신과 자신의 뿌리를 분리하고 애니웨어가 돼야 오늘날엔 성공할 수 있다.(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잔류를 주장한 이들 다수가 '떠난 자'다). -p24-

"능력이 뛰어난 노동 계급의 꿈은 그들과 문화적 배경이 다른 중상위 계층에 오르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더 높은 소득을 얻으며 자신의 공동체에서 존재 가치를 느끼며 함께 살아가는 삶을 꿈꾼다." -조엘 월리엄스- -p26-

"자유 무역은 한 분야에서 누군가가 일자리에서 쫓겨나더라도 다른 분야에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가정을 전재로 한다. 이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순간 자유 무역론자의 주장도 설 곳을 잃는다." -존 메이너드 케인즈- -p27-

애니웨어는 사회를 상점(shop)으로, 섬웨어는 집(home)으로 간주한다는 이야기가 이다.

감성이 풍부한 지적인 애니웨어 정치는 한편에선 소수자 인권가 개인의 자유 확장에 힘씀과 동시에, 다른 한편에선 집단 정체성과 소속감 강화에 힘써야 한다. -p30-

영국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서든 자유주의 성향의 사람들은 정치 현장에 이런 새로운 공간이 생겨나고 있는 것에 불쾌함을 드러낸다. 이들은 유럽 통합 질서가 요구하는 회원국의 개방과 세계화된 경제 시스템에 적의를 나타내는 사람들을 '외국 공포증 환자'까지는 아니더라도 비합리적인 사람이라는 식으로 비난한다. -039-

현대 사회는 전통 사회에 견줘 도덕과 정치적 공감대 수준이 높지 않다. 많은 자유주의자는 그 낮은 공감대의 핵심을 '자유'라고 본다. 존 스튜어트 밀의 유명한 '타자 피해의 원리(harm principle)'는 오늘날 영국의 개인주의자들, 나아가 근대 영국의 핵심 가치가 되어 버린 자유주의 신봉자들에게도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p54-

오늘날 자유주의는 이동성이 강하고 대학 교육을 받은 전문가 엘리트 즉 에니웨어끼리 공유하는 세계관을 나머지 사람에게 주입하는 구실을 한다. 성평등 같은 일부 세계관은 주류 상식으로 폭넒게 수용됐지만, 국가 중심주의나 애국주의를 가벼이 여기는 애니웨어의 또 다른 세계관은 그렇지 못하다. 섬웨어와 애니웨어가 갈라지는 지점이다. -p55-

교수와 시민 단체 활동고, 공무원은 이주 문제를 이야기할 때 마치 자신이 부대를 손쉡게 이동시킬 권한이 있는 전쟁터의 지휘관인 듯 행동했다. 이들은 발칸반도 서쪽나라나 아프리카 국가 국민을 서유럽 국가로 이주시키면 서로에게 좋은 일아니냐고들 말했다. 발칸반도나 아프리카 국가엔 젊은이가 넘치는데 반해 서유럽은 고령화에 허덕이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어떤 이는 유럽 정치 지도자들이 리더십만 발휘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규모 이주를 우려하는 대중을 무시하는 전형적 태도였다. -p69-

그러나 이 주장은 '사회'의 속성에 눈을 감은 것이다. 사회란 가까운 거리에 우연히 함께 살게 된 수많은 개인의 총합이 아니다. 인간이란 존재는 식물을 옮겨 심듯 쉽게 이동시킬 수 없다. -p70-

이민자가 크게 늘어나 인종 다양성이 커지게 되면, 단기적으로 한 사회에 존재하는 신뢰와 친숙함은 훼손된다. -로버트 퍼트넘 (미 정치학자)- -p71-

실제 인종이 다양한 사회일수록 재분배 정책에 대한 지지가 낮다. -p72-

사회가 풍족해지면 한 가정이나 국가, 특정 집단의 결속에 기초한' 생존 가치'의 중요성은 약해지는 대신 자기표현이나 '탈물질적 가치'가 핵심 가치로 떠오른다고 그는 말했다 -p79-

먼저 이주 확대 정책처럼 섬웨어어가 기대는 '국가 사회 계약'을 약화시키는 정치 이슈를 적극 제기한다. 두 번재는 섬웨어를 인종주의자라거나 단순하고 순진한 이들로 매도한다. -p86-

2014년 '젊은 세대는 영국의 전통 가치를 충분히 존중하지 않는다.'는 문항데 대한 응답을 보면 66.6퍼센트가 '그렇다'거나 '매우 그렇다'고 답변했으며 단지 12.8퍼센트만 '그렇지 않다'거나 '매우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이는 놀랍게도 1986년에 한 똑같은 문항에 대한 응답 비율과 똑같다. 그러나 엘리트 대학 직원이나 학생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런 설문 조사 결과에 수긍하겠는가. 아마도 그들은 이런 결과를 믿지 못할 것이다 -p112-